
안녕하세요.
오늘은 1845년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걸고 북서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다가, 대원 129명 전원이 얼음 감옥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프랭클린 원정대(Franklin's Lost Expedition)의 비극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의 최신 기술이었던 증기기관 엔진과 온수 난방 배관, 그리고 신기술인 통조림까지 가득 채워 무적의 탐험대를 꾸렸습니다. 지휘관 역시 북극 탐험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존 프랭클린 경이었죠.
하지만 북극해로 들어간 두 척의 거대한 군함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1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이 미스터리는 최근 영구동토층의 유해 발굴, 바닷속 침몰선 인양, 그리고 첨단 DNA 분석을 통해 그 끔찍한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129명의 엘리트 대원들이 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아야 했는지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대영제국의 오만: 기차 엔진과 불량 통조림의 덫

1845년 5월 19일, 영국 해군의 최정예 탐사선인 HMS 에러버스호와 HMS 테러호가 축복 속에 닻을 올렸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름길인 북서항로를 최초로 뚫겠다는 야심 찬 목표였습니다.
두 함선은 당대 최고의 기술력이 집약된 이동 요새였습니다.
남극의 거친 유빙을 견뎌낸 튼튼한 군함에 철도 기관차의 증기 엔진을 뜯어와 보조 추진 장치로 달았습니다. 얼음에 부딪혀 부서지지 않도록 스크루 프로펠러를 배 안으로 들어 올리는 특수 장치와 선내 증기 난방 시스템까지 갖추었습니다.
문제는 식량이었습니다. 당시 최첨단 보존 기술이었던 통조림 8,000개를 서둘러 납품받았는데, 납품업자가 출항 날짜를 맞추기 위해 날림으로 제작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캔 안쪽 밀봉 부위에 바른 납이 촛농처럼 음식물 속으로 흘러내렸고, 고기를 제대로 끓여 멸균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원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줄 밥통이 서서히 몸을 망가뜨리는 납 중독과 세균의 온상인 줄 꿈에도 모른 채 북극으로 향했습니다.
2. 얼어붙은 바다와 1장의 쪽지: '빅토리 포인트'의 반전

1845년 7월 말 배핀만에서 포경선에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원정대의 소식은 완전히 끊겼습니다.
원정대는 첫해 겨울을 무사히 넘겼으나, 1846년 9월 킹 윌리엄 섬 인근 빅토리아 해협에서 거대한 얼음 덩어리(유빙)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하필 당시는 지난 700년 중 북극의 얼음이 가장 두껍게 얼어붙었던 '소빙하기'의 절정이었습니다. 여름이 와도 얼음은 녹지 않았습니다.
1859년, 수색대가 킹 윌리엄 섬의 돌무지(Cairn) 속에서 찾아낸 '빅토리 포인트 메모'는 원정대의 처절한 절망을 그대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 작성 시점 | 기록자 및 핵심 내용 | 상황 분석 |
|---|---|---|
| 1847년 5월 28일 | 그레이엄 고어 중위 "모두 무사함(All Well)" |
얼음에 갇힌 지 8개월이 지났으나 군사적 규율과 지휘 체계가 정상 유지됨. |
| 1848년 4월 25일 (여백 추가 기록) |
크로저 중령 / 피츠제임스 중령 "총사령관 프랭클린 사망, 배를 버리고 남하 시작" |
19개월간 얼음에 갇힌 끝에 배를 포기. 장교 9명을 포함해 24명이 이미 사망함. |
총사령관을 잃고 배마저 버린 105명의 생존자들은 구명정에 짐을 싣고 얼음 위를 썰매처럼 끌며 남쪽의 백 강(Back River)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영하 수십 도의 혹한 속에서 무거운 보트를 끌고 눈보라를 헤치던 이 죽음의 행진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3. 뼈에 남겨진 칼자국: 납 중독과 생존 식인의 비극

영구동토층에서 발굴된 대원들의 유해 조직을 정밀 검사한 결과, 놀랍게도 치명적인 수준의 납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조잡한 통조림 납땜과 선내 증류수 파이프에서 녹아 나온 납을 매일 먹은 것입니다. 납 중독에 걸린 대원들은 심각한 빈혈, 극심한 무기력증, 잇몸 통증, 그리고 무엇보다 망상과 판단력 장애에 시달렸습니다.
비타민 C 결핍으로 온몸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과 폐렴까지 겹치면서 대원들의 면역력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결국 극한의 굶주림에 내몰린 이들은 인간으로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생존을 위한 식인(Cannibalism)'이었습니다.
1854년 탐험가 존 레이가 현지 이누이트 원주민들로부터 "백인들이 서로의 살점을 먹었다"는 증언을 듣고 보고했을 때, 영국 사회는 야만적인 거짓말이라며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킹 윌리엄 섬에서 발굴된 인골들을 분석한 결과, 뼈의 25% 이상에서 살점을 발라내기 위해 쇠칼로 그은 절단 흔적(Cut marks)이 선명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뼈를 부수고 끓여 골수 지방까지 짜내 먹은 흔적까지 확인되며 비극적인 참상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4. 170년 만의 부활: 침몰선 발굴과 DNA 신원 복원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원정대의 마지막 흔적은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구전 역사 덕분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원주민 장로들이 대대로 전해 내려온 "큰 배가 가라앉은 곳"에 대한 기억이 결정적인 나침반이 된 것입니다.
캐나다 국립공원청 탐사대는 2014년 9월 HMS 에러버스호를, 2년 뒤인 2016년 9월에는 수심 24m 바닥에 완벽한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던 HMS 테러호를 기적적으로 찾아냈습니다.
2024년 잠수정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배 안의 석탄 창고가 바닥까지 완전히 비어 있었습니다. 얼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연료 한 조각까지 모두 태우며 버텼음을 보여주는 눈물겨운 증거였습니다.
| 확인 시점 | 신원 확인 인물 | 유전학·법의학적 규명 성과 |
|---|---|---|
| 2021년 | 존 그레고리 (기관사) | DNA 분석을 통해 129명 대원 중 역사상 최초로 신원이 확인됨. |
| 2024년 | 제임스 피츠제임스 (함장) | 에러버스호 함장. 턱뼈에서 식인 칼자국이 발견되어 지휘관조차 비극을 피하지 못했음이 증명됨. |
| 최근 | 해리 페글라 (전부 상장) | 테러호 승무원 중 유일하게 확인. 품에서 발견된 일기장 소유권 논쟁 종결. |
| 최근 | 데이비드 영 (견습수병) | 소년병 신분으로 행군 중 사망. 법의학적 안면 복원 완료. |
최근 연구진은 뼈에서 추출한 고대 DNA(aDNA)와 현존하는 후손들의 유전자를 대조하여 이름 없는 해골들에게 이름을 되찾아주고 있습니다.
특히 최후의 쪽지를 남겼던 피츠제임스 함장의 턱뼈에서도 칼자국이 확인되면서, 죽음 앞에서는 계급도 장교의 권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극한의 참상이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결론: 기술의 오만함이 부른 역사상 가장 차가운 경고
프랭클린 원정대의 전멸은 19세기 산업 문명이 맹신했던 '인간 기술의 우월주의'가 자연의 위대한 법칙 앞에서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증기 기관차 엔진과 철판 보강 선체, 대량 생산 통조림이라는 최신 공학 기술을 자랑했지만, 혹독한 이상 기후와 불량 보급품, 그리고 미지의 자연에 대한 무모한 자만이 겹치면서 129명 전원 사망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170년 만에 차가운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배들과 유골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자연에 대한 겸손함이 결여된 기술적 확신은 언제든 거대한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북극의 얼어붙은 무덤은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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